육종학 박사, 버크셔 순종‘형질안정’성공
농촌진흥청, 축협중앙회 일하다 귀향·귀농
청결하고 쾌적한 축산환경, 분리사육 도입
부드럽고, 촉촉하고, 고소한 맛‘균일성’도

육가공·외식사업 등으로 부가가치 증대
“승계 아닌 계승의 농업”“사람”강조

전라북도 남원시   박화춘 다산육종 대표

 

 

<다산육종> 박화춘 대표는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축협중앙회 종돈개량사업소에서 일하다 2000년에 고향 남원 운봉에 농장을 짓고 준비기를 거쳐 2002년에 온전히 귀향, 귀농했다. 장기간의 개량과 육종을 통해 흑돼지 버크셔 순종의 형질을 고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인 입에 맞는 부드럽고, 촉촉하고, 고소한 맛의 육질을 균일화하고 계통을 안정화했다. 코리아의 대문자 K를 붙여‘버크셔K’라 이름 지었다. 박 대표는 먹을거리나 요리 방송프로그램인 ‘먹방’,‘쿡방’에서 맛을 따지는‘맛방’을 거쳐‘건강방’,‘정체성방’으로 갈 것이라며 버크셔K는 맛, 건강, 정체성까지 모두 담보한다고 자부했다.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후계자에게 그저 물려주는‘승계’가 아닌 정체성과 정신도 잇게 하는‘계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넘버투 육종학 박사의 귀농 이야기

첫째, 전공은 부전공 혹은 취미로 하고 앞서는 다른 것들을 집중적으로 한다. 둘째,‘넘버투’(이인자) 정신으로 산다.


박화춘 박사가 축산과학원에 재직하다 1996년 축협중앙회 종돈개량사업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스스로 다짐한 생활수칙이다. 늘 탐구하고 배우는 겸손한 태도로 임하되 육종뿐 아니라 모든 분야를 섭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연구자로 전체 1천400억 원 규모의‘전문 종돈업 육성사업’에도 관여했던 그는 축협에서 실사구시를 위해 현장근무를 자청하기도 했다.


“아마 그때가 우리나라 종돈산업 체계가 잡히고, 다비나 선진 같은 종돈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시기일 겁니다. 저는 전공인 육종부문을 파고들기보다는 잘 모르는 사양기술과 사료, 질병, 농장경영 등에 더 관심을 두고 두루 연구하며 배울 수 있던 시기였죠.”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돼지 개량과 육종에만 몰두했으면 지금처럼 직접 농장을 경영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축협이 농협에 통폐합하면서 적잖은 이가 갈림길에 섰고, 박 박사는 귀향을 결심하고 귀농을 결단했다.


양돈업에 종사할 요량으로 나서 자란 고향 남원 운봉에 농장을 짓고, 한동안 도시와 농장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2002년 말에 완전히 옮겼다. 처음엔 대개 그렇듯 백돼지(요크셔종)를 키웠다.


흑돼지 육종에 본격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남원시가 추진한 흑돈클러스터사업이다. 지리산 둘레로 남원, 진안, 장수와 경남 함양 등지의 재래 흑돼지로 알려진, 일명‘지리산 꺼먹돼지’의 명맥을 잇겠다는 남원시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흑돼지 순종 ‘버크셔K’ 계통 개발

“똥돼지, 꺼먹돼지라고 하지만 토종 흑돼지는 없다고 봐야 해요. 일제 강점기에 버크셔, 요크셔종을 들여와 개량하는 과정에서 우리 재래돼지가 사라지고 당시 개량한 잡종 흑돼지도 육종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전적 특성을 잃은 것이죠.”
안타깝지만, 토종 흑돼지 혈통이 끊겼을 것이라는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일본도 버크셔종을 흑돼지 품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제의 개량과정에 사라진 토종 흑돼지의 복원보다는 버크셔종으로 흑돼지 순수혈통을 육종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털이 까맣다고 모두 흑돈이라고 할 수 없어요. 순종 버크셔 흑돼지는 네 다리와 꼬리, 머리 여섯 곳에 백색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육백(六白)이라고 하죠”


박 대표가 강조한 것은 혈통이다. 혈통관리가 철저하게 진행된 버크셔 흑돼지는 고품질의 육질이 일관성 있게 나타나지만 여러 품종과 계통이 뒤섞여 교배돼온 잡종 흑돼지는 육질이 들쑥날쑥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버크셔K는 박 대표가 10년의 고군분투로 이룩한 흑돼지 계통이자 브랜드다. 악전고투에 가깝다. 이전에도 번번이 실패한 요인은 사업성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흑돼지는 백돼지에 견줘 생산성과 경제성에서 훨씬 뒤떨어진다. 게다가 새로운 계통의 흑돼지 품종 개발을 위해 적잖은 노력과 시간, 예산을 투자했으니 자칫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흑돼지를 하지 않고 남들처럼 백돼지만 했으면 아마도 지금보다 서너 배 큰 규모로 농장을 하고 있을 겁니다. 육종 전문가가 된 것이 죄라면 죄죠. 끊임없이 연구하고, 수많은 개체를 탐색해 선발하고 수정하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일반 농가에서는 엄두 내기 쉽잖죠.”

 

 

맛과 육질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박 대표는 처음부터 돼지와 사람 모두 쾌적한 농장을 만들어왔다. 일찌감치 ‘깨끗한 축산농장’에 선정됐다. 촘촘한 구멍으로 배설물이 바로 빠져나가는 돈사 바닥이 시작이다. 방치한 분뇨는 유해 세균 발생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도 일찍 실현했다. 먹이와 물은 적정량만 공급하고, 돼지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방도 넓게 만들었다. 어울리지 못하거나 약한 돼지는 분리해 사육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물론 청결하고 쾌적한 축산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시스템과 함께 사람이 할 일이다.


분뇨 처리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다산육종> 농장에선 현재 버크셔K 7천500여 마리를 포함해 1만3천500마리를 키우는데 하루 분뇨 발생량은 약 43톤, 1마리당 3.2킬로그램 수준이다. 다른 곳의 평균 5킬로그램에 견주면 약 35% 적은 양이다. 분뇨는 수시로 인근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에서 수거해간다.


박 대표는 육종학자답게 고기 맛과 육질에 관해서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과학으로 답을 찾는다. 보이지 않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흑돼지에 애정을 쏟는 까닭이 맛과 육질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고급육 브랜드의 가치는 안정성을 바탕에 둡니다. 변함없는 맛, 안정적인 공급, 진폭 없는 가격이 조건이라는 얘기죠. 버크셔 케이는 이 조건을 두루 갖췄어요. 육질이 부드럽고, 촉촉하고, 고소해서 감칠맛이 날 정도로 탁월합니다. 논문으로도 입증됐지요.”


박 대표에 따르면 버크셔K의 경우 육질 내 적색근섬유수 비율이 10∼12%로 높고, 쿠킹로스(가열감량)는 18% 이하, 최대 14%까지 가능하고, 도축 후 24시간 피에이치(pH)는 5.9 이상의 고른 품질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불포화지방산과 올레인, 리놀렌산 함량이 높아 고소한 맛에 건강에도 좋다. 고기 구울 때 지방이 녹는 점이 50℃에 불과해 잘 타지 않는다고도 했다.

 

고기가 아닌 맛과 정체성을 판다

박 대표는 육종을 멈추지 않았다. 요즘은 산자수 늘리기, 등지방 줄이기, 살코기 비율 높이기, 성장속도 올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개량이 육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어미돼지의 젖꼭지를 팔팔(8+8)로 개량하고 있다. 버크셔의 유두는 대개 칠칠(7+7), 유두수가 산자수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K 어미돼지 463마리 중 새끼 11마리 이상을 낳는 92개체를 이미 선발해뒀다. 산자수 10마리 이상인 개체는 154마리에 이른다. 4산 평균 산자수 14마리인 어미돼지도 있다.


박 대표는 유두 팔팔, 산자수 12마리 이상을 목표로 뒀다. 버크셔종으로는 비교 불가, 국내 평균보다 50%나 많다. 등지방 두께는 25밀리미터가 목표다. 에너지를 줄여 살코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최근 천연항산화제가 첨가된 사료로 바꾸고 있다.


박 대표는 한돈산업의 미래를 위해 젊은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결한 축산환경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량도, 농촌체험과 음식문화 전파를 통한 6차 산업도 모두 그 중심은‘사람’이라고 했다. 전북대 학생 등 농장에서 교육할 때도 축산기술보다는 농장경영, 농업철학, 미래농업 전망 등을 가르친다.


“농장을 자식 세대에 그냥 물려주는 승계농업으로는 미래가 없어요. 농업의 가치와 확고한 철학, 정체성과 정신을 잇고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계승농업’이 되어야 합니다. 농업에 대한 프라이드(자긍심)도 있어야 하고요.”


박 대표는 고기를 팔기보다는 맛과 정체성을 팔고 소비자와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두 아들을 뒀는데, 맏이는 생햄 등 육가공에 도전하고 있고 둘째는 직원 열 대여섯 명과 함께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맛과 정체성을 담보한 6차 산업과 계승농업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다산>의 실사구시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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