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공간의 재발견, 척척박사의 예술창작 실험실’

강원도 인제의 산골짜기 마을, 진동리는 원시림을 품은 비밀의 화원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야생화들은 이곳 사람들에게 별 의미 없는 들꽃이었다. 문화예술단체 ‘심금’이 이곳에 관심을 갖기 전엔 말이다. 
심금에선 주민들이 함께 모여 꽃을 채집하고, 작품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창작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골 동네의 평범한 일상이 알록달록 꽃빛으로 물든 사연이다.

 

 

 

진동리는 원시림 야생화가 보전되고 있는 마을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속한다.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품은 마을. 그러나 늘 곁에 있는 것의 특별함을 알기 힘들 듯, 진동리 주민들에게도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이 그리 와 닿진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진동리를 알게 된 심금 임선애 대표는 이곳 자연환경을 활용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그중의 하나가 ‘꽃을 담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은 직접 야생화를 채집해 누름꽃, 압화(壓花)를 만든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들꽃들을 세심히 살펴보며 새삼 아름다움을 느끼고, 주변 환경의 가치를 깨닫는다. 또, 누름꽃에 나만의 색깔을 입히다보면 주민들의 자존감은 높아진다. 내 손길 묻은 누름꽃은 세상에 둘도 없는 걸작이고, 소중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된다. 계절마다 제철 꽃을 함께 따러 다니고, 오순도순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사이도 가까워졌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프로그램 시간 외에 자체적인 주민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진동분교에 방과 후 시작종이 울리자 8명의 개구쟁이들이 교실 한가운데로 모인다. 책상 위엔 코딩, 아두이노 교구가 즐비하다. 고사리손으로 전기회로를 연결하고, LED 전구를 이리저리 매만진다. 원하는 명령 코드에 따라 불빛이 깜빡이는 순간, 아이들 표정이 불빛처럼 환하다. 심금에선 ‘척척박사의 예술창작 실험실’이라는 4차 산업기술에 대한 방과 후 교실을 진행한다. 2년 차부터는 전교생 2명과 타 분교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두이노·코딩은 물론 3D프린터와 VR까지… 아이들은 시골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장비를 접하고,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생소한 것에 도전하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부쩍 성장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처음과 끝을 스스로 생각하고, 의젓하게 실천해나간다. 자립심이 강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강사들은 감동한다. 그들이 새로운 기획과 체험을 멈출 수 없는 큰 이유다. 


진동리 공동체는 차근차근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관광객 대상의 체험프로그램을 주민들이 기획하고, 강사로 참여하기도 한다. 작년, 외지인 대상으로 한 달 살기 마을 체험이 이뤄졌는데, 그때 주민들이 직접 나서 누름꽃 작업 과정을 전수하기도 했다.


앞으로 더 나아가 지역 특색을 담은 굿즈 등을 기획·제작해 마을 자생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는 순간, 삶은 아름다운 꽃이 된다는 걸 진동리 사람들은 알아가는 중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